대학로 연극 〈꽃, 별이 지나〉 후기
고보결·진선규·배소미·차용학·홍지윤, 마음에 천천히 남는 100분
대학로에서 연극을 보고 나오면 가끔은 바로 감상이 쏟아지는 작품이 있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조금씩 생각나는 작품이 있다.
이번에 보고 온 연극 〈꽃, 별이 지나〉는 개인적으로 후자에 가까웠다.
가족의 상실, 치매, 죽음, 그리고 관계 속에 남아 있는 상처.
분명 우리 삶과 멀지 않은 소재들이지만, 제게는 공연을 보는 순간 바로바로 감정이 닿는 이야기들은 아니었다.
어쩌면 너무 가까운 이야기라서였을 수도 있고, 쉽게 한 문장으로 정리할 수 없는 감정들이라서였을 수도 있다.
그런데도 공연이 끝난 뒤에는 장면의 분위기와 배우들의 표정, 무대를 가득 채우던 움직임이 꽤 오래 남았다. 이야기를 모두 즉시 이해했다기보다, 배우들이 만들어 낸 감정의 결이 먼저 마음속에 남은 작품이었다.
특히 “이 배우들이 이렇게까지 몸을 쓰면서 이야기를 끌고 간다고?” 싶을 정도로 배우들의 에너지와 앙상블이 대단했던 연극이다.




연극 〈꽃, 별이 지나〉 공연 정보
〈꽃, 별이 지나〉는 공연배달서비스 간다의 작품으로, 2024년 초연 이후 다시 대학로 무대에 오른 연극이다. 이번 공연은 2026년 6월 16일부터 8월 23일까지, NOL 서경스퀘어 스콘 1관에서 진행되며 러닝타임은 인터미션 없이 100분이다.
구분내용
| 공연명 | 연극 〈꽃, 별이 지나〉 |
| 공연장 | NOL 서경스퀘어 스콘 1관 |
| 공연 기간 | 2026년 6월 16일 ~ 8월 23일 |
| 러닝타임 | 100분 |
| 인터미션 | 없음 |
| 관람 연령 | 중학생 이상 관람가 |
| 장르 | 피지컬 씨어터 기반의 창작 연극 |
이 작품은 화려한 무대 장치나 장면 전환으로 이야기를 밀어붙이기보다, 배우들의 대사와 신체 움직임, 그리고 서로 맞물리는 앙상블을 통해 감정을 전달하는 방식이 인상적이다. 공식 소개에서도 탄탄한 대본과 극대화된 신체 움직임을 결합한 피지컬 씨어터를 주요 특징으로 소개하고 있다.
이날의 캐스팅
제가 관람한 회차의 캐스팅은 다음과 같았다.
배역배우
| 미호 | 고보결 |
| 정후 | 진선규 |
| 할머니 | 배소미 |
| 희민 | 차용학 |
| 지원 | 홍지윤 |
이번 시즌에는 미호 역에 고보결·박소진, 정후 역에 진선규·이희준·양경원, 할머니 역에 이다아야·배소미, 희민 역에 차용학·김대현, 지원 역에 홍지윤·정예인이 출연한다. 제가 본 회차는 고보결, 진선규, 배소미, 차용학, 홍지윤 배우가 함께 무대를 채웠다.
솔직히 말하면 캐스팅만 보고도 기대가 있었던 조합이었다.
그리고 공연이 시작된 뒤에는 “유명한 배우가 나온다”라는 기대보다, 다섯 명의 배우가 한 작품 안에서 서로의 감정을 어떻게 주고받고 밀어 올리는지를 보는 재미가 훨씬 컸다.
제주도의 꽃집에서 시작되는, 미호의 기억
이야기의 중심에는 제주도에서 꽃집을 운영하는 미호가 있다.
친구 희민의 생일을 위해 꽃을 준비하던 미호 앞에, 애써 외면해 왔던 과거의 기억과 사람들이 다시 나타난다. 친구들의 사랑, 가족 안에서의 책임, 치매를 앓는 할머니의 병간호, 어머니의 죽음까지. 미호는 자신이 지나온 시간과 그 안에 남은 상처를 다시 마주하게 된다.
작품은 가족의 상실과 돌봄, 사랑과 관계의 균열처럼 결코 가볍지 않은 소재를 다룬다.
그래서 관객에게 어떤 감정은 바로 전달될 수도 있고, 또 어떤 감정은 공연이 끝난 뒤에야 천천히 따라올 수도 있을 것 같다.
저에게는 후자였다.
“아, 이 장면은 이런 의미구나” 하고 즉시 해석되는 순간도 있었지만, 어떤 장면은 감정보다 움직임과 표정이 먼저 기억났다. 그리고 시간이 조금 지나니 그 장면들이 다시 생각났다.
아마 이 연극은 모든 것을 친절하게 설명해 주기보다, 관객마다 다른 기억과 경험을 꺼내 보게 하는 작품에 더 가까운 듯하다.
〈꽃, 별이 지나〉의 가장 큰 포인트
배우들의 몸과 호흡으로 완성되는 무대
이 작품을 보면서 가장 크게 느낀 점은, 배우들이 단순히 각자의 배역을 연기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누군가는 인물이 되고, 누군가는 기억이 되고, 누군가는 공간과 분위기가 된다.
말로 설명하면 조금 어렵지만, 무대 위에서는 배우들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장면의 공기와 감정을 만들었다. 대사만 듣고 따라가는 연극이라기보다, 배우들의 동선과 리듬, 시선과 호흡을 함께 봐야 더 잘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연극은 결국 배우가 하는 예술이구나”라는 말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 순간들이 많았다.
무대 장치가 크지 않아도, 배우들이 몸으로 공간을 채우니 장면의 밀도가 전혀 비지 않았다. 오히려 관객의 상상력을 더 많이 끌어내는 방식이었다.
피지컬 씨어터라는 말이 낯설 수 있지만,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이 작품에서는 배우들의 몸짓과 반복되는 움직임, 장면마다 달라지는 앙상블이 대사만큼 중요한 언어가 된다. 그래서 한 번 보고 “이 장면은 무슨 뜻이지?” 싶었던 부분도 배우들의 표정과 움직임을 떠올리면 감정이 어느 정도 전달된다.
배소미 배우의 할머니, 오래 남는 존재감
이번 공연에서 특히 눈길이 갔던 인물은 할머니 역할의 배소미 배우였다.
치매라는 소재는 자칫 무겁고 현실적인 슬픔만 강조될 수 있는데, 배소미 배우는 인물을 단순히 안타까운 존재로 표현하지 않았다.
때로는 웃음이 나오게 하고, 때로는 관객이 숨을 죽이게 만들며, 한 사람의 시간이 사라져 가는 과정과 그 곁에 남은 가족들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보여주었다.
무엇보다 대사와 표정, 움직임이 따로 노는 것이 아니라 한 인물 안에서 아주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연기를 잘한다”는 표현이 너무 평범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공연이 끝난 뒤에도 할머니라는 인물 자체보다, 그 인물을 만들어 낸 배우의 눈빛과 몸짓이 기억에 남았다. 치매라는 소재가 제게 즉각적으로 깊게 와닿지는 않았지만, 배소미 배우의 연기는 그 감정을 관객에게 억지로 밀어 넣지 않고 조용히 남겨 두는 힘이 있었다.
고보결·홍지윤, 여배우들의 섬세한 감정선
고보결 배우가 연기한 미호는 작품의 중심에서 기억과 현실, 상처와 관계를 오가는 인물이다.
이야기 자체가 미호의 기억을 따라 흘러가기 때문에 감정의 폭이 넓은 역할인데, 고보결 배우는 감정을 무겁게 쏟아내기보다 차곡차곡 쌓아 가는 방식으로 보여주었다.
그래서 어떤 장면에서는 말보다 잠깐의 멈춤이나 시선이 더 크게 느껴졌다.
홍지윤 배우 역시 작품의 감정선을 자연스럽게 이어 주었다. 인물 사이에 흐르는 관계와 거리감을 무대 위에서 분명하게 보여주면서도, 과하게 설명하지 않는 연기가 좋았다.
두 배우의 호흡은 작품의 감성적인 결을 지켜 주는 역할을 했다.
상처와 기억을 다루는 연극은 자칫 감정이 너무 무거워질 수 있는데, 두 배우가 만들어 내는 장면들은 인물의 슬픔만이 아니라 관계 안에 있던 따뜻함과 일상의 온도도 함께 보여줬다.
진선규·차용학, 무대를 단단하게 잡아 준 남배우들의 호흡
진선규 배우와 차용학 배우의 호흡도 좋았다.
두 배우 모두 무대 위에서 장면의 리듬을 놓치지 않으면서, 무거운 이야기가 한 방향으로만 가라앉지 않도록 균형을 만들어 주었다.
진선규 배우는 특유의 생활감 있는 연기와 존재감이 좋았다. 감정을 크게 드러낼 때도 있었지만, 오히려 담담하게 말하거나 반응하는 순간에서 인물의 마음이 더 진하게 느껴졌다.
“역시 무대에서 보면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던 배우였다.
차용학 배우 역시 작품 안에서 필요한 에너지와 온도를 잘 만들어 주었다. 인물 관계 안에서 웃음과 설렘, 그리고 현실적인 감정을 자연스럽게 풀어내며 장면을 살렸다.
여배우들의 감정선이 작품의 깊이를 만들었다면, 남배우들의 호흡은 그 감정이 무대에서 단단히 버틸 수 있도록 중심을 잡아 준 느낌이었다.
다섯 명이 따로 돋보이면서도, 결국은 하나의 기억처럼 연결되는 앙상블이 좋았다.
무거운 소재지만, 마냥 무겁기만 하지는 않은 연극
〈꽃, 별이 지나〉는 가족의 죽음, 치매, 상실, 관계의 후회처럼 결코 가볍지 않은 이야기를 다룬다.
그래서 관람 전에는 “오늘 감정적으로 꽤 힘든 작품을 보게 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 수 있다.
그런데 실제로는 마냥 무겁기만 한 연극은 아니다.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며 만들어 내는 소소한 웃음이 있고, 인물들 사이의 관계에서 나오는 따뜻함이 있다. 물론 웃다가 바로 마음이 먹먹해지는 순간도 있다.
이 작품이 가진 매력은 바로 그 지점인 것 같다.
웃음과 슬픔을 명확히 나누지 않고, 한 사람의 삶 안에서는 두 감정이 함께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현실도 그렇지 않은가.
누군가를 떠올리며 웃다가도, 문득 그리워져서 마음이 묵직해지는 날이 있다. 이 연극은 그런 감정을 과장하지 않고 무대 위에 조용히 꺼내 놓는다.
관람 후 느낀 점
바로 이해되지 않아도, 오래 남는 작품
개인적으로는 가족의 상실이나 치매, 죽음, 관계의 상처라는 소재가 공연을 보는 순간 제 감정과 바로 맞닿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작품이 어렵거나 멀게 느껴졌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공연이 끝난 뒤에 생각할 거리를 남기는 작품이었다.
모든 관객이 같은 장면에서 울고, 같은 대사에서 공감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가족의 기억을 떠올릴 수도 있고, 누군가는 지나간 사랑을 생각할 수도 있고, 누군가는 배우들의 움직임과 무대의 에너지 자체에 매료될 수도 있다.
저는 이번 공연에서 무엇보다 배우들의 열연과 앙상블이 가장 강하게 남았다.
무대 위에서 다섯 배우가 만들어 내는 호흡은 정말 대단했다.
특히 할머니 역을 맡은 배소미 배우의 연기는 인상 깊었고, 고보결·홍지윤 배우가 만들어 낸 섬세한 감정선, 진선규·차용학 배우가 잡아 준 리듬과 중심도 좋았다.
연극을 보고 나오며 바로 “정말 슬펐어” 혹은 “완전히 이해했어”라고 말하기보다,
“배우들 연기가 정말 좋았고, 이상하게 몇 장면이 계속 생각난다.”
이렇게 말하게 되는 작품.
저에게 〈꽃, 별이 지나〉는 그런 연극이었다.
그리고 집에 돌아가는 길, 제목을 다시 떠올려 보게 됐다.
꽃은 지고, 별은 멀리 있어도
누군가와 함께했던 시간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마음 안에 다른 모습으로 남는다는 뜻일지도 모르겠다.







이런 분들께 추천합니다
- 배우들의 연기와 앙상블이 강한 연극을 좋아하시는 분
- 화려한 무대 장치보다 배우의 움직임과 감정 표현을 보는 재미를 좋아하시는 분
- 가족, 사랑, 기억, 상실에 대한 이야기를 차분히 만나 보고 싶은 분
- 대학로에서 가볍기만 하지 않은 감성 연극을 찾으시는 분
- 진선규, 고보결, 배소미, 차용학, 홍지윤 배우의 무대 연기를 보고 싶은 분
관람 팁
- 러닝타임은 100분이며 인터미션이 없습니다. 공연 전 화장실과 음료는 미리 준비하는 편이 좋습니다.
- 감정적으로 무거운 소재가 포함되어 있어, 가볍고 유쾌한 코미디를 기대하고 가기보다는 차분히 몰입할 준비를 하고 가는 편이 좋습니다.
- 대사만 따라가기보다 배우들의 움직임, 장면 전환, 배우들 사이의 시선과 호흡까지 함께 보면 작품의 매력이 더 잘 보입니다.
- 커튼콜 촬영 가능 여부는 공연 당일 현장 안내를 확인하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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